이 처방전은 진통제입니까 마약입니까?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유명 인사들의 마약 복용의 적발로 인해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점점 부각이 되어가는 추세입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마약과 처방전의 불법 사용 및 남용 등으로 인한 문제로 골치를 겪어 왔습니다. 물질 사용 장애(substance abuse disorder)에 관한 연구와 물질 사용에 대한 법적 통제를 꾸준히 행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약은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마약은 종류가 다양하며, 종류마다 신체에 주는 영향과 부작용 및 금단 현상도 다릅니다. NIH 기관 자료 중 “미국 내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U.S. Drug Overdose Deaths, 1999-2019)” 도표를 보면 펜타닐,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은 십여년 전부터 눈에 띄게 상승하는 추세였으나, 처방 아편유사제(prescription opioid)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높게 지속되어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처방 아편유사제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방 아편유사제는 일반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보다 훨씬 강력한 진통 효과가 있습니다. 복용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 없이는 아편유사제를 구할 수 없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몸이 아픈 정도로는 처방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 약물은 암이나 특정 만성통증 관련 지병을 가진 환자나 큰 수술을 받은 환자, 또는 사고로 인한 골절이나 외상을 겪은 환자가 느끼는 극심한 통증의 완화를 위해 주로 쓰입니다.

아편유사제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기침약에 들어가는 성분인 코데인(codeine)이나 아편유사제 사용 장애(opioid use disorder) 환자에게 쓰이는 강한 성분의 메타돈(methadone)도 아편유사제이고, 미국 병원에서 수술 전이나 후에 정맥(IV) 주사로 투여하는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 그리고 모르핀보다 더 강한 하이드로모르폰(hydromorphone) 역시 아편유사제입니다. 그런데, 종합 병원에서는 진통제를 왜 정맥주사로 주는 것일까요? 물론 즉각적인 통증 완화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환자의 안전입니다. 예를 들면, 수술 전날 밤과 당일에는 환자가 금식을 합니다. 이는 혹시라도 수술 중에 환자가 먹은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넘어가면 곤란하므로 위를 비우려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금식 기간 동안 통증이 있을 시에는 진통제를 경구 투여(oral administration)하지 않고 정맥주사를 통해 투여합니다. 수술 후 마취가 완전히 풀려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통증 완화를 정맥 주사로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퇴원 후에도 통증 완화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퇴원 전 전문의가 경구 투여로 복용이 가능한 트라마돌(tramadol), 하이드로코돈(hydrocodone)이나 옥시코돈(oxycodone)을 처방하여 줍니다. 약 종류도 참 많죠?

위의 NIH기관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10년 사이 남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펜타닐(fentanyl)이 그 어느 중독성 약물보다도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효과의 50배, 모르핀의 100배 정도의 효과를 내는 아주 강력한 합성 아편유사제(synthetic opioid)입니다. 이 때문에 중독성은 물론 과다 복용으로 인한 문제가 훨씬 더 쉽게, 그리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합성 약물은 일반 약물에 비해 제조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과 멕시코 등지에서 불법제조된 펜타닐 및 약물성분이 밀수를 통해 미국 내로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아편유사제는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할까요? 아편유사제는 중추 신경계의 아편유사제 수용체(opioid receptors)에 결합하여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경로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럼으로 통증 및 통증으로 인한 불안감을 완화시켜 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는 체내의 다른 신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히 복용량이 많거나 장기간 복용할 시 아편유사제의 부작용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변비, 메스꺼움이나 구토, 어지러움이나 졸음 등이 있습니다. 어지러움 혹은 졸음으로 인한 낙상의 위험 또한 있을 수 있습니다. 깨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졸립거나 정신 혼돈이 올 수도 있고. 기절을 할 수도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호흡이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 한 채 불법적으로 혹은 다른 사람의 처방전을 함부로 복용하다가 큰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헤로인(heroin)처럼 복용시 행복감(euphoria)를 경험하게 해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아편유사제를 마약으로 여겨 복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심각한 증상이 있을 시에는 즉시 911에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파견된 응급 진료 서비스(EMS) 팀이 빠른 진단 후 날록손(naloxone)을 사용해 아편유사제로 인한 과다 복용 증상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아편길항제(opiod antagonist)인 날록손은 아편유사제 효과와 반대로 작용함으로써,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급성적 호흡 문제나 정신 혼돈 상태를 빠르게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한동안 복용해 오던 아편유사제를 갑자기 중단할 시에는 금단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흔하게 근육통, 불안증과 불면증이 유발될 수 있고, 후기 증상으로는 복통이나 설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방 받은 아편유사제를 장기간 사용하였다면, 한 번에 복용을 중단할지 서서히 복용량을 줄여 나갈지에 대해 주치의나 전문의와 상담하여야 합니다. 이렇듯 처방받은 아편유사제는 어떤 종류이든 상관없이 의사가 알려주는 용법을 따라 안전하게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아무리 처방을 받은 아편유사제라 하더라도 용법을 무시한 채 남용한다면 결국 그것은 불법마약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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